요즈음 산행은 온통 낙엽을 밟는 일이다.
특히 능선길이 아닌 골짜기나 7부능선을 밟는 산행은 더욱 그러하다.
드 구르몽은 그의 시에서 낙엽 밟는 소리를 여인의 옷자락 끄는 소리에 비유했지만..
낙엽도 종류에 따라 밟는 느낌이 여러가지이다.
솔잎은 폭신폭신 다리를 풀어주고,
단풍잎은 바닥에 떨어져서도 우리의 눈을 즐겁고 황홀하게 해준다.
그런가 하면,
갈잎들은,, 온통 우리를 골탕먹인다.
울퉁불퉁한 돌멩이나 움푹파인 웅덩이를 감추어, 넘어지거나 푹 빠지게 만들며
밟으면 미끄럽고,,
게다가 자주 다니지 않거나 인적이 뜸한 길에서 우리를 헤매이게 만드는 장난꾸러기..ㅎㅎ
지난 번 상장 능선을 돌아 인수봉 뒷편을 오르는 길에서도 그랬다.
몇 번이나 길을 잃었는지 모른다.
둘 만의 산행이라서 더욱 그랬다.
겨우 찾은 길목엔 돌을 쌓아 인적을 표시하기도 하면서 숨은벽능선을 오르자니
무지하게 힘이 든다.
가파른 산허리를 허덕이며 오르는데, 구조 헬기가 뜬다.
인수봉 부근에서 맴도는 걸 보면 숨은벽이나 인수봉쯤에서 사고가 났나보다.
우리는 또다시 산을 향한 경외심을 상기한다.
절대로
산은 함부로 볼 대상이 아니다.
아무리 자주 오르는 곳이라 해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주에 또다시 같은 코스를 도전했다.
이번엔 우리를 따라나서는 다른 한 쌍과 함께였다.
그러나 확실히 알아두었다고 한 생각은 오산.
지난번 보다 낙엽은 더욱 많이 쌓여서 또다시 길을 잃게 만들고,
느닷없이 낙옆의 늪으로 푸욱 빠뜨리기도 했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처럼 웃고 좋아하며 낙엽이불 덮고 사진까지 찍었다..
마지막의 힘든 코스를 정복하고 나면 이제 석양을 바라보며 하산을 시작한다.
백운대 위엔 여전히 깃발이 펄럭이고 사람들의 실루엣이 보인다.
밤골로 내려오면 산 밑에 유명한 돼지고기 집이있다.
김치찌개 한냄비에 무조건 만원 - 인원수에 따라 양을 가감한다-
주말엔 아르바이트 아줌마들이 있지만 왠만한 것은 셀프이다.
막걸리가 한병에 천오백원이고 돼지고기는 절반을 낸 드럼통으로 만든 화덕에서
아저씨가 구워준다.
요즘 추워지자 비닐하우스를 치고 무쇠 장작 난로도 피워줘서 언 몸을 녹이기에 딱이다!
특징이라면, 딱히 정해진 화장실이 없다는 것. ㅎㅎ
이번 주말에는 코스를 바꿔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