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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눈내린 소백산 - 영하 15도의 날씨

by 혜산 2022. 12. 20.

올 겨울들어 첫 추위가 왔다.

푸짐한 눈과 함께.

마침 소백산행이 예정되어 있는 참에 눈산행까지 하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강추위가 따라올 줄이야..

아무튼, 겨울이니 추운건 당연한것일테고, 문제는 바람.

소백산의 매서운 바람이 그 사나움을 좀 누그러뜨려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새벽같이 길을 나선다.

열한살짜리 어린이를 동반하므로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2022년 마지막 달 - 그리고 작년 오대산행과 같은 날짜인 17일 토요일

서울 출발한지 세시간 남짓한 시간인 9시 30분경 어의곡 도착

오늘의 산행은 어의곡에서 비로봉 찍고 천동으로 하산할 예정이다.

작년에 하고자 했던 코스인데 갑자기 코스를 변경하여 늦은맥이쪽으로 올라 국망봉을 거쳐 어의곡으로 원점회기 했던 - 아주 많이 고생스러웠던 - 추억이 새삼스럽다.

 

9시50분 산행 시작

 

눈이 살짝 뿌리는가 싶었는데 산을 오를수록 점점 눈발이 거세진다.

 

우리의 첫손자 - 열한살박이

그렇지만 어느새 벌써 지리산부터 시작하여 여러 높은 산들을 함께 경험한 산행동지가 되었다.

 

인상 좀 펴시지~~~ ㅋㅋ

아직 몸이 안풀렸다고 힘들어 하는 중이다.

 

산을 좋아하는 아빠 덕분에 어린 나이에 이렇게 좋은 산행을 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린다만, 제 어미도 함께하면 좋으련만.

 

토요일인지라 산엔 등산객이 제법 많다.

요즘 산행의 특징은 젊은 사람이 많아졌다는거. 예전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던 젊은이들이 산을 많이 오른다.

좋은 현상이긴 한데 가끔은 산행에 대한 예비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이런 겨울 산을 오르는 무모한 이들이 눈이 보인다.

 

오랫만의 겨울 산행은 참 많이 버겁다는 생각이다.

우선 장비착용이 그렇고 또 소백산이 주는 부담감도그러하다.

지리산이라면 아무리 추운 날씨라 해도 그동안 쌓아온 경험때문에 두려울것이 없는데 소백산의 바람은 일단 나에겐 두려움의 대상이다.

 

펄펄 내리던 눈이 어의곡 삼거리 가까이 오르자 거짓말같이 그치고 파란 하늘까지 드러났다.

이런 행운이!

그러나 바람은.. 역시나 소백산 이름값을 한다.

 

이렇게 잔잔해보이고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속에는 사나운 바람이 숨어있다.

다른 날에 비하면 비교적 그 강도가 덜하다고는 하지만 정상부위는 영하 15도가 넘으므로 작은 바람에도 그 추위는 상상 이상이다.

 

어의곡 삼거리 능선에 오르자마자 무지막지하게 정신이 빠질만큼 불어대는 바람을 만났다.

그래도 잠시 걸으면 나타나는 작은 암봉이 바람을 막아주어 잠시 쉴틈을 얻었다.

춥다기 보다는 얼굴이 따가울만큼 찬 바람에 눈을 뜨기가 힘이 든다. 이럴때 고글을 끼면 좀 도움이 될듯한데 배낭에 있는 선글라스를 꺼낼 여유도 없어서 그냥 진행.

이제 정상이 코앞이다...

 

이런 바람 속에서도 정상석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우리는 그냥 변두리에서 정상을 증명하기로.

 

참 고마운 것이 남쪽 방향을 바라보는 포인트라 이렇게 평화롭게 눈을 뜨고 사진을 찍을 수가 있는거다. ㅎ

 

저멀리 연화봉을 배경으로 섰다.

 

현재 시간이 오후 1시30분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눈 쌓인 좁은 등산로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많고 사진 한 장을 찍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등등.

그러므로 겨울 산행은 봄 가을 산행에 비해 두 배 이상의 힘이 든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것이 좋다.

 

비로봉을 지나 차가운 맞바람을 맞으며 400미터의 능선길을 더 걸으면 드디어 천동방향으로 하산시작이다.

 

아이는 조금 지쳐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기 때문인데 식사할만한 곳도 찾을 수가 없으니 식사 장소까지는 한시간을 더 걸어야 했다.

 

여기가 주목 군락지대라고.

눈의 무게로 무거워진 주목들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걸어야 한다.

이 쯤 오니까 더 이상의 등산객은 없는듯 등산로가 한적해진다.

 

오후 두 시가 훌쩍 넘어서야 펼쳐진 점심상

뜨거운 어묵탕을 보온병에 넣어 왔지만 그릇에 담아 놓기 무섭게 식기 시작하여 나중엔 냉국으로 변할만큼 기온이 점점 내려간다. 내일은 더 추울거라는 예보가 있으니 그럴 수 밖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사이좋게 눈길을 걷는다. ㅎ

 

어느덧 해가 기울고 있는 네시 무렵 하산을 완료했다.

마무리는 풍기온천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