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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2011년 7월 지리산 2박 3일 종주 - 첫 날

by 혜산 2011. 8. 9.

백두산 다녀오느라,,

지리산 이야기가 늦어졌다..

 

암튼,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내린 날. 2011년 7월 26일

내일이면 전국적으로 비가 확대된다고 하는데, 걱정스런 마음 가득 비 맞을 각오를 하고 서울을 떠났다.

작년 겨울 종주를 함께했던 아이들 세명과 초행인 또 다른 세명을 포함해 열한명이 함께 간다.

다행히 구례엔 비가 별로 내리지 않았고 성삼재 오르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성삼재를 오르는 동안 한 아이가 차멀미를 심하게 했던지, 노고단 대피소에서 아침을 먹는 동안에도 울렁거림이 가라앉지 않아서 먹지도 못하고 고생이다.

 

 

전망대를 통해 노고단고개로 가는 길

역시 전망대에도 가득한 안개로 전망은 없다..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전 날 막아놓았던 입산금지 빗장이 아직도 걸려있다.

몇 몇 사람이 월담을 하여 넘어가고,, 우린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전화로 확인하니 곧 문을 개방하겠다는 답변이었다.

 

덩치는 제일 좋은 녀석이 멀미를 하느라 고생.

뒤늦게 공단 직원이 달려와 잠겨진 빗장을 풀어주어 일단 출발~

 

숲에는 안개가 가득하다..

 

차멀미를 한 민수 - 진정이 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나머지를 먼저 출발시키고 착찹한 심정 속에 앉아있는 두 사람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그냥 하산할 수 밖에 없으니,, 막막할밖에.

 

지나가시던 산객의 경험담- 멀미엔 라면국물이 직효라..

물이 없는데 어쩌지? 그러자 서슴없이 물 한병을 내어주셨다. 정말 고마우신 분께 감사 인사나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

어쨋든 바로 버너를 꺼내어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끓여 먹였다.

그러고 잠시 쉬고 나니까 비로서 속이 좀 가라앉았다기에 우리도 뒤늦은 출발을 한다.

덩치는 크지만 아기같은 민수를 얼르고 달래가며 조금씩 가노라니 먼저 임걸령 샘터에 도착하여 초조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김대장의 전화,, 그러나 받으려면 끊어지고 걸면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여서 모두의 애를 태웠다.

 

 

 

탈도 많은 시작을 잘 극복하고 돼지평전에 도착하였다.

정말 아찔했던것이 까딱했으면 도로 산을 내려갈뻔했으니, 두 해만의 여름 지리산행을 접을뻔 했다는거..

 

이 녀석 때문에..

 

짐을 덜어주고자 배낭을 여니,, 2리터짜리 물 한 병에 1.5콜라 한병, 중간치 쥬스 네병,, 그리고 기타 등등..기타 등등

하여간 간식이 엄청나다. 하여간 요즘 아이들은 이런 음식과 떨어져서는 절대로 못산다.

모두들 기겁을 했다.

짐을 덜어주고자 원치 않는 콜라도 마셨다.

임걸령에서 기다리던 일행과 만나 물 한바가지를 마시고 다시 출발~

 

10시 4분 노루목

 

평소보다 한시간 반 정도가 늦었다.

물병을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는 민수는 또 뭔가를 마시고 있다.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는 안개비로 길바닥은 완전히 젖어있어 발 놓기가 조심스럽다.

지리산이 초행인 분 때문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니,, 나도 참 웃긴다. 내가 뿌린 비도 아니건만..

 

 삼도봉에서 이슬이 한 잔으로 속을 덥히면서 쉬어간다.

 아무리 날이 궂어도 할 짓은 다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처음 오신 분을 위해 삼도봉에서 증명사진도 찍고 화개재로 향한다.

 

 

민수는 계단을 세는 것을 좋아하나보다. 일일이 세면서 내려갔지만 사진 찍느라 헷갈렸는지 우리가 아는 숫자와는 차이가 많았다.

사실 셀 필요도 없이 누군가가 세어서 적어놓은 숫자가 548이다.

이른바 550계단

 

11시 20분 화개재 

 

토끼봉을 향하는 중 하늘이 훤해지고 있다.

어찌나 반갑던지..

 

 

 바위가 온통 젖어 있어 앉아서 쉬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토끼봉을 지나 연하천 대피소로 가는 중엔 하늘에 해가 살짝 비치기까지 하여 신이 났다.

아싸~ 점심은 푸른 하늘 아래서 여유있게 먹을 수 있겠네~

그 러 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산노을이 마악 버너에 불을 지피려는 순간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장대비가 정신없이 쫙쫙 퍼붓는 바람에 모두들 혼이 빠질지경이었다.

먼저 도착하여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부러울밖에..

 

 물벼락이 지난 후의 연하천 대피소

 

주로 산객들이 식사를 많이 하는 샘과 대피소 건물 사이에 투명 차양막이라도 쳐주면 정말 좋을텐데..

아무리 제가 좋아서 하는 고생이긴 하지만.. 국립공원 관리공단측의 배려가 아쉽다.

비가 한차례 뿌린 후엔 길바닥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몇 해 전 덕유산 종주때 고생했던 진흙탕 길이 생각날만큼.

그동안 내가 겪었던 지리산 중 가장 일기가 좋지 않다..

 

 오후 4시 30분 벽소령대피소 도착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대피소 측은 도착하는 즉시 예약확인을 하고 자리 배정을 해주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벽소령이었건만..

달 빛을 배경으로 벽소령 마당에 앉아 지리의 푸른 밤을 즐기고 싶었건만..

 

도착하여 젖은 옷을 갈아입고 취사장으로 향하는 중 내리붓는 빗줄기가 굉장하다.

결국 오후 늦은 시간부턴 지리산 입산 및 산행금지령이 내렸다.

 

취사장 바닥의 넘치는 습기 때문에 자리를 깔 수도 없어 의자에 앉아 겨우 저녁 식사를 하고 오리고기 구워먹는다.

 

고생스럽다..

이 한마디로 이 날의 모든 상황을 대변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날은 궂어도 산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그래도 이층에 빈자리의 여유가 있어서 편하게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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