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3일 - 서울에 많은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두 김대장과 나 그리고 열일곱살 동갑내기 네명의 소년들이 지리산으로 떠났다.
등산부 학생들로 평소 지리산에 가고 싶어하던,, 산을 좋아하는 아이들.
김대장은 몸이 좋지 않지만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위해 힘겨운 산행에 나섰다.
서울에서 전화를 했을때만해도 성삼재를 올라가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더니 막상 구례구역에 도착하니까 얘기가 달라졌다.
아래쪽에는 눈이 별로 안왔지만 위쪽은 많은 눈이 내려 올라가기가 어렵다는거다. 아니 못간댄다..
별 수 없이 또다시 지난번처럼 의신을 거쳐 벽소령을 오르기로 하고 이번엔 차를 타고,, 구례구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나는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이고, 김대장은 지난번 동강에서 살짝 미끄러진 뒤 허리가 아파서 고생 중이다.
터미널에서 누릉지를 끓여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첫 차를 기다려 타고서 신흥으로 간다.
7시 20분 신흥도착- 걷기 시작
단천마을 지나는 중
신흥 - 단천마을 - 의신마을을 거친다.
이제는 두번째라 제법 익숙해진 길 - 지난번보다는 날이 흐려서 많이 춥다는 느낌이다.
벽소령까지만 갈거라서 시간은 남아돌지만 길에서 지체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 가게에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물도 보충한다. 화장실은 바로 위편에 있는 지리산 역사관을 이용하면 더 좋다.
지리산 역사관은 월요일이라서 휴관이라 관람할 수 없었다.
되돌아 본 의신마을
삼정마을에 도착했다.
쉬어가기도 할겸, 이 마을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한다.
양해를 구해 저 윗집에서 바람을 피해 취사를 할 수 있었다.
여름철엔 음식을 팔기도 하는 곳인듯 한데, 귀한 물도 사용하고 더운물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 설겆이까지 손쉽게 해결했다. 감사~
라면을 먹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께서 불길한 소식이 전해주신다.
벽소령대피소에서 등산객을 하산시키고 있다는것. 산 위는 눈보라로 능선길 산행이 금지되었다고 그런다.
또야,,,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도 입산을 금지하는 문자가 오지는 않았기에 그냥 밀고 올라가보기로 했다.
사정이 어떻든간에 아이들은 즐겁다.
주변에 널린 나뭇가지들로 어느새 지팡이도 하나씩 장만하고 이를 이용하여 칼싸움을 즐긴다.
참,, 귀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역시 젊음은 좋은 것..
벽소령을 향한 마지막 깔딱고개 - 700미터 남았다!
그리고 벽소령을 25일만에 다시 만났다.
한쪽에서 눈보라가 날리고 있지만 생각보다는 날씨가 좋다.
다른 편은 이렇게 푸르고 말짱한 하늘
그리고 더 놀라운건 닫혔다던 문이 활짝 열렸다는거~
엄청 반가운거,, 고생한 보람 있다!!
통행금지로 아무도 밟지 않는 흰 눈이 나를 반긴다.
오전의 눈보라로 식탁의 의자가 잠길 정도의 눈이 쌓여있다.
텅 비어있어 추운 취사장은 빈 물병의 물이 금세 얼어붙을 정도이다.
벽소령 대피소에 손님이라곤 우리 일행 뿐이다.
작은 방 하나를 통째로 우리가 사용하니 아늑하고 따뜻하고,, 이런 호사가 없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
이튿날 아침 - 동이 트고 있다.
출발 준비를 마치고 창 밖을 내다 본다.
날씨는 참 좋다~
함양 내려가는 길 - 구제역때문에 막혀있다.
만약 능선길이 통행이 금지되었다면 어제 올랐던 길로 다시 내려갈뻔 했다.
앞서간 김대장의 발자국
자고 일어나면 더 아픈 허리를 풀어보고자 먼저 가고 있다.
구벽소령 주변
허리가 아픈 김대장을 대신하여 러셀을 하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진 산노을
길이 없다..
길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자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렇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다.
서로 폼잡고 사진찍고 찍어주고,, 아주 즐거워한다.
오전 열한시 - 선비샘 도착
아주 쾌청한 날씨로 능선 너머로 촛대봉이 보인다.
길을 내며 가느라 발걸음이 마냥 더디다.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12시 15분 전망대 도착
오늘은 선명한 천왕봉을 볼수 있는 운이 좋은 날이다.
전망대엔 눈언덕이 생겼다.
러셀을 하느라 약간 지친 기색의 산노을 ^^
건빵을 배급받았다. 먹고 가자~
선비샘에서 의신으로부터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만났었다. 얼씨구나~ 우리 고생도 이제 끝인가 했더니 웬걸,, 전망대까지 마냥 뒤만 따라오더니 여기에서 밥을 먹고 간다고 주저않네..
어절 수 없이 또다시 앞장서 길을 내며 가다가 영신봉에 거의 다가서 마주오는 젊은이 둘을 만났다.
길 내며 오느라 무지하게 힘들었다는,, 우리는 서로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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