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종주를 개인적으로 하려면 차편때문에 약간 어려운 점이 있다.
여러가지로 머리를 짜던 중 아는 분이 소개해준 승합차로 가기로 했다.
총인원 8명 -원래 9명이었는데 한 분이 펑크를 냈다.
출발 : 박석고개에서 5시
도착 : 신림 성남매표소에서 2.6km지점 8시
지난 밤 식구들과 이야기 자리가 너무 길어 새벽 두시를 넘기고 말았다.
긴 산행을 앞두고 몸조리를 잘했어야 하는데,, 겨우 한시간 반 눈을 붙이고 새벽 세시 반에 일어나려니
몸상태가 말이 아니다. 어째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산에 들기만 하면 모든것이 다 해결되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편치않은 몸을 차에 싣는다.
그런데 차를 타니 평소에 안하던 멀미까지 가세하여 나를 괴롭힌다.
모두들 휴게소에서 김밥과 우동으로 아침을 먹는데 나만 혼자 굶었다. ㅠㅠ
아침 8시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래도 씩씩하게 등산준비 완료~~ 웃자!!
날씨는 참 좋다.
기후도 온화하여 얇은 옷으로 버틸만 하다.
성남입구에서 차로 여기까지 올랐으니 2.6km를 벌었다. ㅎㅎ
첫 목적지인 남대봉까지는 3.3km, 해발이 670m이니 약 500m의 고도를 높혀야겠지.
이미 단풍철은 지났고, 나뭇가지들은 앙상하다.
그래서인지 낙엽깔린 오솔길은 호젓하여 더욱 좋다.
계곡을 따라 길을 오르며 몇 번이나 계곡을 이리 저리로 건넌다.
전국적으로 가을가뭄 이라지만 의외로 계곡엔 수량이 많고 경치도 끝내준다..
등산로도 편안하고 경사도 별로 급하지 않다.
초반에 몸풀기엔 적당한 길인듯하다.
상원사 오르는 길에 개 두마리와 함께 산을 내려가는 보살님을 만났다.
골든리트리버 품종의 멋진 개들은 어지간히 사랑을 많이 받는지 윤기가 자르르하고,
절 주변 곳곳에는 개의 사진과 함께 -개를 만나도 놀라지 말것 (절대 물지않음), 개의 이름이 적혀있다 - 이름을 불러주면 좋아한다고-
등등의 내용이 적힌 안내 현수막이 붙어있다.
또 절 위편엔 '여기까지 따라오면 전화주세요. 멀리가면 잊어버립니다'라는 글과함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상원사 아래 약수터에 도착했다.
이제 상원사가 코 앞이다.
물 맛이 참 좋다~ 물통 채우자~~
상원사 일주문
상원사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경치
상원사의 범종
상원사는 1,050고지에 위치한 유서깊은 사찰이라고 한다.
이 식물은 이름이 무얼까..
기분 마이 조아~~
신라시대의 석탑양식이라는 두 개의 탑은 지방문화재 25호라고 한다.
이 곳 상원사에서 남대봉까지는 700m 거리이다.
상원사를 지나 오름길에서는 갑자기 바람이 차가워진다.
그만큼 고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리라.
남대봉 10시 도착 - 이 곳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는다. 아침을 굶은 나는 양갱과 감자떡 육포 등등으로 배를 채웠다.
서로가 간식을 꺼내놓고 배낭이 가벼워졌다고 좋아한다. ㅋ
남대봉지나 향로봉 가는길
남대봉에서 바라보는 비로봉의 모습이 까마득히 멀기만하다. 언제 저 곳까지 갈꼬..
거리를 생각하면 너무 까마득하여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무조건 걷자고 마음을 다진다.
남대봉 능선길은 비교적 편안하다.
낙엽이 떨어져 푹신하고 조용한 오솔길이 때론 지루하기도 하지만 남다른 매력이 있어서 좋다.
가다보면 이런 곳이 몇군데 있는데 신기하게도 따뜻하고 바람이 없어서 앉아 쉬기에 그만인 장소이다.
향로봉에서 내려다보는 원주시내의 모습
이제 세개의 돌탑이 조그많게 눈에 들어올만큼 비로봉도 한결 가까워�다.
12시 점심식사
곧은재 부근 따뜻한 양지에 앉아 밥을 먹는다.
오늘 처음 산행에 동참한 님께서 로얄살루트를 병째로 들고 오셨다. (얼마나 무거웠을까..)ㅋ
덕분에 우리가 챙긴 술은 꺼내보지도 못했다.
가을 남자.. 분위기 좋은걸~
가을은 우리의 발 밑에서 바스락거린다..
1시 5분 곧은재 도착 - 해발 860m
이 곳은 서쪽으론 곧은재공원지킴터, 동쪽으로 부곡공원지킴터로 갈 수 있는 사거리이다.
여기부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될것이다.
점심 자알 먹고 기운나는 물도 한 잔씩 마시니 모두들 기분이 좋단다~~
시계가 좋아서 원주시내는 물론 까마득히 멀리 이름모를 산맥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저기 어디에 가리산도 있겠지~ (가리산 전망엔 치악산도 있던데..)
아무튼 좋았던 능선길은 여기서 끝이나는가 싶다.
곧은재에서 원통재까지의 3.5km구간은 엄청 깔딱진 길다란 오르막이다.
후유~~ 진짜 힘들게 원통재를 올랐다.
어쩌다보니 전부 뿔뿔이 흩어져 이번 산행은 완전히 나홀로 자유롭다.
나를 버리고 먼저 올랐던,, 헤어졌던 님을 여기에서 다시 만났다. 푸훗~
그리고 사이좋게 비로봉까지..
이제 비로봉위 세개의 뿔이 지척이니 어찌 웃지 않을소냐
그러나 다 왔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힘이든다.
여기에서 비로봉도 약간의 내리막을 거치고 몇개의 계단을 올라야하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분은 비로봉 오르기 직전에 체력이 바닥났다고 한다. 긴 산행은 처음이라 페이스조절이 쉽지 않았을것이다.
그래도,,우리 중 가장 연세가 많으시면서도 끝까지 앞장서서 산행을 잘 마무리하셨다.
3시 25분 비로봉 도착 - 오 반가운 돌탑이여~
우리 홍산님의 사모님이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말그대로 치를 떨면서 악을 쓰고 올라왔다고 (그래서 치악산이라나~) 하여 우리를 웃겼다.
해발 1288m 비로봉
내가 좋아하는 푸른하늘, 거기에 예쁜 구름이 함께하니 금상첨화.
세개의 돌탑은 각각의 이름이 있다.
비로봉에서의 조망 -혹시 북한산도 보이는거 아닐까? ㅎ
이제 사다리병창길로 하산이다.
비로봉만 찍고나면 고생 끝일줄 알았더니
대부분의 길이 계단이고 깔딱진 급경사여서 내려가는 것은 올라가는것 보다 더 힘이든다.
오죽이나 하면 체력이 바닥났다고 하시던 분이 약간의 오름길을 만나자 매우 반기며 오르막이 이렇게 반가울줄은 몰랐다고 할정도.
세렴폭포까지의 2.7km의 길이 왜그리 길던지..
아픈 발목과 무릎이 덧날까봐 꽤나 조심스러웠다.
5시 10분 세렴폭포 도착
여기부터 주차장까지는 길이 좋다.
잠깐이나마 찬물에 지친 발과 무릎도 씻고나니 훨씬 몸이 가볍다.
해가 많이 짧아져서 세렴폭포에서 공원입구까지 3km길을 가는 동안 해가 꼴딱 졌다.
이리하여 열시간에 걸친 18km의 산행은 끝났다.
저녁먹고 서울 도착 시간은 열시하고도 반. 고속도로에 정체가 좀 있었다.
가든 좋아하다 멍잡은 사연하나.
뒷풀이겸 저녁식사 할 곳을 물색하다가,, 남자들이 찍은 작은 식당을 마다하고 건너편의 번듯한 가든을 고집했는데,
들어가보니 실내는 마음에 들었건만 주문한 메뉴는 한참만에 와서 재료가 없다고 하질않나,
더덕막걸리를 시켰는데 좁쌀막걸리를 갖다주지를 않나.. 피곤한 나머지 그것도 모르고 잘 먹다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항의하자 들은적 없다고 잡아떼질않나,, 이에 열받은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당연이 음식맛도 형편없었다는거..
다 내 죄로소이다~~
치악산 종주는 여름보다는 가을이 제격일것 같다는 생각이다. -잘은 모르지만-
일단 주능선에 샘이 없어 한여름엔 많이 곤란할듯하고 낙엽이 진 지금이 조망은 더 좋은것 같아서가 그 이유이다.
또 푹신한 낙엽을 밟고가는 능선길이 좋기때문이기도 하다.
교통편만 해결된다면 한번쯤 시도해볼만 하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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