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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프랑스 - 투르

by 혜산 2010. 8. 27.

자동차 여행의 장점이라면 어디든 발 닿는대로 갈 수가 있고, 길을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나타나면 마음대로 쉬어갈 수 있고..

표면적인 장점은 그렇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일정과 주머니의 돈이 마냥 여유롭다면 위의 이야기가 성립 가능하지만, 어쨋든 정해진 날짜 안에 정해진 목표를 다 수행하려면

그런 여유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가 가야하는 6개국을 모두 발로 뛰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여유가 없다고나 할까.

하루의 이동거리는 프랑스에서는 보통 하루에 300km 정도였고 국경을 넘어 먼거리를 이동할때는 400km가 넘을 경우도 있다.

그러니 어느 세월에 놀아가며 그 먼 길을 갈것인가.

그렇다고 해서 유명한 관광지를 놓아두고 변두리에서 돌다 갈 수도 없는 일이니 결국은 시간에 쫒길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중요한 잠자리,, 하루의 업무는 캠핑장을 찾는 일로 시작이고 마무리이다.

돌아와서 생각하면 그다지 어렵고 복잡한 일도 아닌데 거기에 너무나 과중하게 신경을 썼다는 느낌이다.

캠핑장을 찾다 못 찾으면 민박인 짐머나 돈을 조금 더주면 거기에 상응하는 잠자리들이 있었건만..

 

 

몽생미셸에서의 첫 날밤은 아주 정신없이 잘 잤다.

피곤하다보니 잠이 오네 안오네 할 겨를도 없이 푹 한잠 잘 자고,,  일어나니 아침이다.

여유롭게 노트북으로 일기를 쓰고 있는 김대장 - 너무 여유를 부렸던가.

느닷없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부랴 부랴 짐챙겨 차 안에 밀어넣고 차 뒷문을 지붕삼아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길을 떠난다. 

 

이 날은 몽생미셸에서 동남쪽으로 비스듬히 약 이백여 킬로미터를 달려 투르로 간다.

투르엔 몇 개의 오래된 성이 있다. 쉬농스성과 앙부아즈 성등..

성도 이젠 하도 많이 보았더니 헷갈릴 지경이다.

 

 

프랑스의 유료 고속도로 주변엔 진정한 휴게소가 있다.

돈을 받고 무엇을 파는것이 목적이 아닌 정말로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이렇게 넓은 숲에 마련해 놓았다.

주변엔 화장실과 급수시설 등이 모두 있어서 취사도 가능하다.

아침에 비를 맞았던 텐트면 깔개 자리 등을 모두 꺼내어 바람에 말린다. 건조한 기후라서 그런것쯤 금방 말라버린다.

 

 점심으로 라면을 끓였다.

문제는 이런 작업을 한 번 할때마다 짐가방이 총 출동해야 한다는 어려움이다.

생각같아선 식사에 필요한 짐만을 한가방에 모으면 될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그게 잘 안된다는 거.. 그릇은 이가 방에 라면은 저 가방에 하는 식으로 차 안에 너무나 여유공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뒷좌석의 가운데 부분까지 짐에게 점령당했다.

 

셀프 주유하기 - 주의사항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디젤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할 것. 기계에 따라선 카드만 받는 놈도 있으니 먼저 살펴볼 것.

셀프로 뭐 하는것엔 별로 취미가 없으신 케이원님 (편의에 따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세 남자가 성이 모두 케이(김)씨 이므로..)

그러나 모든것은 또 본인이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신다. 그러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아직도 비는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오고 있다.

 

 

농가의 모습

 

 투르의 캠핑장에 도착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그런지 텐트 칠 자리는 아직 여유가 있어 우리가 직접 골라 자리를 잡았다.

 

 

 

 

 각종 텐트의 전시장 같은 분위기 - 전 유럽 여행을 통해서 여기처럼 다양한 텐트는 처음이었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지만 무지하게 조용하다는 것이 또한 특징이다.

 

우리도 후딱 두 채의 집을 지어놓고 쉬농스 성을 향해 길을 나선다.

웃기는것 캠핑장에서 고작 1km떨어졌다는 그 곳을 찾지 못해 마을을 돌고 돌았다는거.

 

우리  자리는 광장의 중앙부분이다. 어찌나 넓은지 -게다가 이 곳엔 먼저번처럼 생울타리 담장도 없다- 차로 어찌 시선을 막아보려해도 역부족이다.

건너편 캠핑카의 노부부가 와인 한 잔을 놓고 장시간 홀짝이며,, 책에다 코 박은척 하면서 슬쩍 엿보아도 어쩔 수 없는 신세다.

그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엄청 신기한 존재인가보다.

당최 이 쪽엔 동양인 이라고는 우리밖엔 없는데다가 식탁 하나 의자 하나도 없이 그저 반짝이 돗자리 하나만을 깔고 앉아,  뭔가 알수없는 둥그런 물건으로 뭔가를 만들어 먹는 모습이 어찌 신기하지 않을 수 있으랴.

 

 동네를 헤매고 다닌다.

 

 

 덕분에 다양한 집구경에 나섰다.

 

길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지나가는 어린이들에게 길을 물으니..

뭔가 가르쳐주긴 하는데 도무지.. 같이 사진 한 장 찍자 하니 머리 좀 큰 놈이 철 모르는 어린것들을 제지한다.

뭐여,,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는 원시부족도 아닌것 같은디? 이곳도 역시 시골이라 저리 순박한걸까.

 

 

 

 

 이제 보니 이 집은 여관이로구만.

 

 

집들이 참 예뻤다.. 들어가 보고 싶을만큼.

 

이마을의 공동묘지,, 높은 담장으로 둘러 놓았고 입구엔 쇠창살 문이 닫혀있다.

 

 우여곡절 끝에 쉬농서성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

일단 매표를 하는데 바로 옆에선 기념품을 팔고있다.

뭐 주워볼만한 것이 있을까 둘러보았지만 값은 비싸고,, 별로 내키는 물건도 없다.

 

 

이 성엔 한국말 안내서가 있다. 웬일인지,, 어쨋든 많이 반가웠다.

이런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고

 

 

 

 숲과 잔디 사잇길을 걸어들어가면 성과 정원이 펼쳐진다.

 

마흐끄타워 - 국왕의 경호를 담당하는 근위병들이 대기하던 곳.

마흐끄타워는 원래 제분소였다고 하는데 요새화 했던것을 르네상스 스타일로 개조하여 멋지게 변신시켰다고. 

 

 

이것이 바로 쉬농서성 - 그 곳사람들 발음은 셔농서와 비슷하다.

쉐르강변에 16세기에 건축됨, 앙리 2세가 그의 애첩 디안느에게 선물하였었으나 앙리 2세가 죽은 뒤  메디치가문의 딸인 왕비 까드린 드 메디치가 다시 성을 만회했다.

 이것은 성의 사진을 찍은것이다. 우리로써는 이런 사진을 찍을 위치엔 갈 수가 없다. 아마도 풍선을 타고 찍은 것인듯 싶다.

디안느의 정원이 보인다.

  

 성의 본체는 강가에서 시작하여 긴 회랑까지 쉐르강 위에 다리처럼 놓여진 셈으로 창문 어디로나 보이는 전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성의 왼쪽 정원이다.

앙리 2세의 애첩 디안느의 정원이다.

 

창살도 저 푸른 물과 참 잘 어울린다.

 

다섯 왕비의 침실  - 까트린메디치의 두 딸과 세 며느리를 기념하여 그렇게 지었다고한다.

 

 

 원형의 돌계단과 난간 그리고 천정은 예전 그대로의 고색창연함을 지니고 있다.

 

 의자 하나에도 장인의 손길이 수천번 스쳤을 법하다. 

 

 지하로 내려가면 부엌 - 동으로 만들어진 식기들을 반짝반짝 잘도 닦아놓았다.

 

 강물을 끌여올리는 장치 - 이 얼마나 편한 장치일까,, 아니면 지게를 지고 퍼 날랐어야 했을텐데..

 

 

 

시간이 다 되었다고 나가라고 어느 여인네가 속사포같은 말씨로 떠들어댄다.

타국에 가면 느는것은 눈치 뿐,, 억양으로 대충 그들이 말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으니 재미있다.

 

밖으로 나와서 - 이 쪽은 성을 정면에서 바라보았을 때의 오른쪽 까트린 메디치의 정원이다.

규모는 훨씬 아담하지만 세련미는 더 하다고 한다.

 

 

정원은 그저 수수하다. 허브를 많이 심어놓았길래 몰래 몇 개 따서 향을 맛보았다.

 

 

 

 

 

 

구경 끝내고 캠핑장으로 돌아가다가 또 한번 길을 헤매었다.

멀지도 않은 길을..

돌아가서 저녁 밥을 짓는데 차단기가 떨어졌다. 6암페아 이상의 전기를 쓰면 그렇게 되는데 멋모르고 밥과 주전자를 동시에 사용했기에 벌어진 일이다. 그것도 모르고 다른 콘센트를 찾아 밥통들고 이리 저리 헤매었으니..

안그래도 시선받기가 부담스러운 판에 한바탕 쇼까지 벌였다. 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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