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캠핑장에서 마지막 날은 비에 홀딱 젖었다.
무시무시한 먹구름이 끝도 없이 밀려와서 한바탕 비를 뿌리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더니 마지막으로 무지개를 - 쌍무지개였다- 남기고
비는 그쳤다. 그나마 계속해서 줄줄 내렸다면 어쩔뻔 했을까..
나중에 생각해보니 국내에서조차 캠핑 경험이 없는 우리는 비에 대비한 부분이 너무 부실했던거다.
아직까지는 비가 오더라도 우리의 여정에 지장이 있을만큼은 아니었기에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 독일에서의 마지막 여행지 퓌센으로 간다.
퓌센은 로만틱가도의 종점으로 알려진 도시로 우리도 로텐부르그에서부터 로만틱가도를 이용해 남하할 계획이었지만 중간에 길을 놓치는 바람에 그냥 어영부영 뮌헨으로 달려버렸던거.
또한 남쪽으로는 오스트리아와의 접경지대이고 서쪽으로는 스위스와도 아주 가깝다.
푸른 초원은 엄청나게 많이도 보았지만 소는 오랫만에 본다.
너른 초원에서 풀로 배를 채우고 있는 행복한 소 -고기 맛있을거 같다.. 그런데 쟤네들이 바로 홀스타인, 젖소 아녀~
뮌헨에서 68km 왔다는거네. 한시간 정도만 더 가면 목적지 퓌센이다.
흠,, 산세를 보아하니 알프스가 가깝다는 얘기 같은데..
퓌센에선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한 캠핑장을 찾아냈다.
그런데 가보니 자리가 없다고 한다. 실망~~
다시 다른 캠핑장 표시를 김대장이 찾아내고 그 곳으로 들어간다. 가보니 자리는 있는데 물탕이다..
인심이 각박한 곳인지 화장실도 키가 있어야 드나들 수 있어서 께름칙한데, 좋아보이는 다른 자리를 골라 그곳으로 정해 달랬더니 단칼에 노~~
그러면서 안녕히 가시랜다. 뭐 줄 수 없는 이유는 지들이 써야한대나 뭐래나 그러면서.
아무리 우리 처지가 급해도 물탕위에 텐트를 칠 수는 없다고 산노을이 강력주장하여 결국 돌아서 나왔다.
에라~ 그냥 오늘 하루 편한데서 자보자 뭘~
사람들은 이렇게 여유자약 휴가를 즐기고 있건만,, 우리는 빡세게도 잠자리 구하느라 애면글면이다.
식구 수대로 각자의 탈것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캠핑카 - 휴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일까??
이들의 여유로운 삶이 살짝 부럽기도 한데, 뭣보다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나라는 어느 한곳에서나마 마음놓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낮으막한 산 중턱에 노이슈반스타인성이 보인다.
저 산 꼭대기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인간 새들..
노이슈반스타인성 - 루드비히2세가 지었다- 디즈니랜드의 모델이 될만큼 아름다운 성
어린시절 아버지의 성에 걸린 벽화 '로엔그린'의 전설을 보면서 자랐던 루드비히2세.
바그너를 좋아했던 그는 로엔그린에 나오는 백조의 기사를 본따 온 성을 백조를 치장하는 등,
17년간 모든 돈을 다 쏟아 이 성을 지었으나 정작 이 성에서는 3개월 밖에는 살지 못하고
기이한 행적으로 미친 왕이라 불리우며 결국 호헨성에 감금되었다가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입장하려면 적어도 세시 이전에 와서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데, 뮌헨에서의 출발이 너무 늦은바람에 마감시간에 걸려버렸다.
마구잡이로 입장시키는것이 아니라 시간마다 가이드를 따라 입장해야 하므로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입장 인원도 제한이 된다.
이걸 어쩌나~~
그냥 가기엔 너무 미련이 남고,, 그래서 차선책으로 건너편에 있는 루드비히 2세의 아버지가 기거한 호엔슈반가우성을 관람하기로 했다.
호엔슈반가우성
성 주위를 돌아보면서 입장시간을 기다리는 중
외로운 흑조한마리,, 그리고 금발의 미녀?
성은 아주 아담한 편인데,, 가이드가 영어로 안내를 하는 통에 절반이나 알아듯는 둥 마는둥..
한국말로 했어도 듣고 나서 바로 잊을법한 그네들의 역사 이야기겠지. ㅎ
아래쪽 상가에선 성의 사진을 판다. 가격은 약 7천원쯤 되겠다.
이건 13유로짜리 겨울사진 되시겠다~
증명사진 찍을 타임~
관람을 마치고 나니 벌써 6시가 넘었다.
아무리 유럽의 해가 길다고는 하지만 잠자리를 정하지 못한터라 갈 길이 바쁘다.
운전기사 김대장이 눈 좋게 팬션하나를 찾아냈다.
영어가 전혀 안되는 주인 할머니가 손님 하나를 앞세워서 흥정한끝에 방 두개 얻기로 결정을 보았다.
삐걱 삐걱 나무계단을 올라 삼층의 우리 잠자리.
정말 이상하게,, 유럽엔 코튼이 귀한건지 저렴한 곳이어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침구는 정말 마음에 안든다..
모처럼 편한 휴식인데, 그리고 독일에서의 마지막 밤인데 맥주 한잔이 빠져서야 될말인가.
내가 샤워를 하고 밥통에 밥을 하는 사이 쌩하니 차를 몰고 두 남자가 나가더니 독일 정통맥주 크롬바커 캔 몇 개를 들고 왔다.
맥주는 차야 맛인데.. 냉장고도 없는 팬션인지라 쌉쌀한 맛이 일품인 크롬바커맛도 그냥 그런듯 싶었다.
-이런 곳에서의 취사는 물론 몰래 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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