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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일지

2022년 신년산행 - 형제봉

by 혜산 2022. 1. 13.

하필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쁜 날.

모처럼 원년멤버 4인방이 뭉쳤다.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고도 각자 집 안에 이런 저런 사정이 많아 미루었던 산행인데.

이상하게도 형제봉 산행때 맑은 날씨 보기가 참 어렵다. 아마도 겨울이라 그런 모양인지.

 

어느덧 연례행사가 되어버린 일선사 참배.

 

늘 그렇듯이 언제나 절은 고요하다, 절은 약간씩 손을 본 느낌으로 편안한 나무의자도 마련해 두어 

두 김대장이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을 뵙는 동안 산 아래를 내려다보며 해바라기 하기 딱 좋았다.

오늘도 일선사의 신년 달력 챙김으로 신년 의례를 마친다.

 

절을 들어서면 개 짖는 소리가 먼저 객을 반긴다. 작년에 없던 아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러나 일단 절문을 들어서면 조용해지는 아이들. 

아마도 어둡고 조용한 밤에 절을 잘 지켜줄 것 같다.

 

스님께서 챙겨주신 차와 뜨거운 물 한 주전자

어찌나 감사한지..

 

우리가 가져온 온수는 산 아래에서 이미 간식과 함께 절반이나 마셨기에 보온병에 채워 식사때 따뜻하게 잘 마셨다.

다시 한 번 감사~

 

아쉽게도 일선사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뿌연 안개 속인듯

햇살은 빛나건만.

그러나 바람없이 따스한 날이어서 겨울 산행 치고는 봄 날이었다.

 

일선사에서 이십분 남짓을 걸으면 바로 대성문

형제봉 코스는 북한산 산성길을 오르는 가장 편안한 코스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오늘 형제봉을 오르지는 않고 우회길을 택했다.

전망도 없을 뿐더러 아이젠 없이 혹시 모를 빙판을 피하고자 함이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아주 조용~~한 대성문

 

성문을 들어서서 오른쪽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두 개나 마련되어 있다.

배낭걸이까지 있으니 식사하기엔 최고 장소인데, 단지 약간 북향이라서 겨울이면 그늘이라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단장을 마친 대남문

근처에만 와도 커피 냄새가 진동하던 휴식공간이 이처럼 고즈넉하다.

 

얼마 전에 살짝 내린 눈이 아직 그늘진 곳에는 남아있다.

그러나 가뭄 해소에는 어림도 없는것이. 산은 그저 메말라서 걸을때마다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고

바위는 부서진 마사토의 가루때문에 더욱 미끄럽다.

올 해도 봄이나 되어야 눈이 좀 내려 주려는지.

 

청수동암문

오늘은 세 개의 성문을 거친다.

청수동암문도 참 오랫만이다. 예전엔 수요산행 때에도 이 곳을 넘어 산성길로 하산을 했었건만.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다.

사모바위도 큰 마음을 먹어야 겨우 알현할 지경이니. ㅎ

 

집안 사정으로 오랫만에 산행을 나선 홍산님이 오늘따라 무지하게 힘들어 하신다.

비지땀을 흘리느라 머리는 흠뻑 젖고 늘 다니던 청수동암문 깔딱을 가지고 공연히 탈을 잡는다.

이런데다가 계단을 만들어야지 말이야, 이러면서. ㅋ

 

우리 모두가 늙어가는 거에요~~

 

문수봉 삼거리

우람한 소나무가 멋진 곳

우리 일행은 어지간해선 쉬지 않는것이 특징.

게다가 오늘은 찍사가 여기 서세요 저기 서세요를 하지 않으니 진행은 더욱 빠를 수 밖에.

겨울 산은 눈이 없으면 별로 카메라 들이댈 일이 없다.

메마른 참나무는 마치 그 생명을 다한 듯 처량하고, 나뭇잎이 모두 져 버린 숲은 그저 황량해 보일 뿐이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누구는 석문봉이라고도 하고, 지도에는 통천문이라고 나와있는 쬐끔 까다로운 봉우리를 오르는 두 사람.

역시 나이 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발걸음이 제일 빠르긴 하다. 

오늘의 진행은 완전 나이 순서대로. ㅋ

 

살짝 눈이 덮힌 석문봉

잡고 오를 수 있는 줄을 매어 놓았지만 알고 보면 저 줄 잡고 오르기가 더 힘이 든다는 거.

산을 다니다 보면 까다로운 곳에 도움 장치를 해놓기는 했지만, 잡고 오르는 사람 보다는 공사 하기 좋은 쪽을 택해 코스를 만들어 놓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줄 잡고 오르는 왼쪽길을 마다하고 오른쪽의 맨바위를 오르는 것이다.

 

형님 다 올라왔슈~

여기도 전망은 좋지만 뒷편의 저 멋진 의상능선을 바라볼 틈이 없다. 

그저 빨리 올라 통천문을 통과해야 하니까.

 

짜잔~ 승가봉이다~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인데..

날은 구려도 보현봉과 문수봉에서 이어지는 산그리메는 멋지다 멋져~!

 

 

사모바위에서 잠시 쉬는 타임

 

하산은 빠른 길로 가자는 홍산님 말씀때문에 계곡길로 접어들었다가 수북히 쌓인 낙엽때문에 혼땜을 했다.

어찌나 스틱에 의지를 했던지 오늘까지도 어깨가 아플지경으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렇게 평범한 산행 한 번 이루기가 이토록 어려울까.

갈수록 어려운 세상이다.

지난 해도 그렇고 올 해도 아직까지 명절이나 집안 모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니

겨울이면 늘 하던 우리의 행사인 지리산 종주나 동강트레킹도 먼 옛날일이 되어가고 있다.

종주는 커녕 당일산행 조차도 점점 어려워지기만 하니.

이눔의 코로나 삼년은 너무하잖아,,,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