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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일지

2021년 가을 - 모처럼 미세먼지 많은 날

by 혜산 2021. 11. 24.

11월 중순 - 그동안 맑던 하늘이 기온이 올라가면서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지간해선 집을 나서고 싶지 않은 그런 날씨지만, 오늘이 아니면 이번 주 산행은 기회가 없으므로 억지로 산행에 나섰다.

 

산에 들어서자마자 가을 느낌 팍!!! 단 일주일 사이에 산의 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늘 약수터까지나 깔짝거리다가 오늘은 기어이 향로봉을 올라야지, 굳은 결심을 한 우리

온화한 날씨 때문에 산노을은 모자에서 땀이 뚝뚝 흐를만큼 많은 땀을 흘렸다.

11월의 하순을 향해 달리는 이 시기에 이 무슨 일인지.

그렇지만 능선을 오르기 시작하자 거칠게 불어대는 바람이 날씨에 음산함을 더한다.

땀을 너무 흘려서인지 약간 어지럼증까지 왔다는 산노을도 철탑을 지나 능선을 오를때쯤이면 어느정도 컨디션을 회복하고는 고민의 여지없이 향로봉을 향해 진격~

사실 그리 멀고 힘든 곳도 아니건만 비봉능선 한 번 오르기가 왜 이리 힘든것인지.

날이 갈수록 몸은 게을러지고 점점 꾀만 늘어서 가지 않을 구실만 찾게 된다.

 

 

뒤 편의 향로봉,,,

칼날 능선이다..

 

향로봉 사거리 - 이 곳 비봉능선에선 거의 지리산의 장터목급이라고 해야 할 주말이면 수많은 인파가 붐비는 곳.

갑자기 산노을이 향로봉 쪽으로 들어간다.

에? 우리 원래 목표는 향로봉을 동쪽으로 우회하여 다시 원점회기하는 것이었는데..

암튼 따라가보자 했더니 이게 웬일, 아주 오랫만에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향로봉 능선을 통해 족두리봉 쪽으로 가보자는 말씀.

안되는데.. 위험하단 말이야~

그러나 까짓껏 가는데까지 한 번 가보자고 주춤주춤 따라가 보았다.

 

향로봉 능선에 섰다.

저 바위의 앞 뒤편 모두 절벽이다.

 

후덜덜~~ 경치는 좋다만...

어지간한 바위 쯤은 우습게 보던 건 지난 시절 얘기고, 날씨도 축축한데다 바람까지 부는 향로봉의 칼날 능선은 이제 아주 쌀쌀맞고 사나워 보였다.

게다가 반대편으로 진행하는건 그다지 어렵지 않은데 거꾸로 진행하려니 더욱 까다롭고 힘이들어 벌벌 기어 간신히 중간의 V계곡까지는 갔으나 그 나머지를 바라보니.

잘못했다간 헬기타고 집에 가는 신세가 될것같은 불안감에 우리는 부질없는 욕심을 접기로 했다.

 

향로봉 조망터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얘기를 나누고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마치려고 원래 목표대로 우회길을 돌아 내려간다.

예전의 불편했던 등산로엔 언제인진 모르겠지만 둥글둥글 돌 길이 만들어졌다.

도대체 어디에서 가져온 돌이냐고. 완전 싫쿠만~~

 

산이 산 다움을 잃어간다..

 

어쨋거나 산 아래에서의 건조한 삶에서 좀 더 깊숙히 가을 속으로 들어갔다 나온 느낌의 호젓한 산행이었다.

 

푸짐히 내린 눈 한 번 밟아보고 싶은데,,

언제쯤이나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