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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따라 발길따라

바람부는 오대산-체감온도 영하 28도C

by 혜산 2021. 12. 19.

국립공원의 산불방지 기간이 드디어 끝났다. 12월 17일 금요일

10개월만에 다시 오대산을 찾았다.

하필 기온이 급강하 하여 영하 15도 쯤 된다고 하는데 강풍마저 불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음... 그렇다면 옷을 어떻게 준비할까를 고민.

따뜻한옷을 입는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쳐서 땀을 흘리게 되는것도 조심해야 할 일이므로 미리 일기예보 체크를 하고 거기에 맞춰 장비를 준비하는것이 산행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되겠다.

 

지난번 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출발을 하고, 식사는 차 내에서 김밥과 뜨거운 차로 해결했다.

따라서 출발 준비를 마친 시간도 한시간 빨라진 10시.

 

눈은 없다.. 눈소식이 있기는 했지만 산 아래엔 거의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아마도 산 위쪽에나 살짝 있을듯.

그래서인지 등산객도 없네.

눈구경은 못할지라도 나는 이런 조용함이 정말 좋다~

 

지난밤에 잠을 거의 설치고 세시간을 달려왔다.

날이 춥다는 소식에 내복을 껴 입었더니 온 몸이 뻑뻑하기 그지없어 한 발 내딛기가 부담스러운데, 거의 평지같은 길을 걷는데도 숨이 차고 심장은 두방망이질을 한다.

항상 그렇듯이 몸을 살살 달래어 산에 적응시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오늘은 주변이 고즈넉하여 심적으로도 한결 편안한 산행의 시작이다.

 

10시 33분 중대 사자암 도착

 

일단 이 곳에서 청포도캔디 한 알을 입에 물었다.

고도를 올릴때면 입에 문 사탕이 꽤나 그 위력을 발휘하므로 우리에겐 필수 비상용품 되시겠다. ㅎ

 

적멸보궁을 지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며 몇 백미터의 고도를 높이게 된다.

한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만큼 아주 긴 거리는 아니지만 수많은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는거.

아직 여기까지는 크게 바람의 영향이 없기에 산 위의 강풍이 사실인지, 예보가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헛된 기대도 해보았다.

 

고요한듯(?) 보이는 비로봉 정상 - 파란 하늘아래 비로서 눈밭이 펼쳐진다.

산행을 시작한지 딱 두시간 만인 12시에 도착했다. 

의아할 만큼 적막한 정상.

지난 2월에 줄서서 정상 증명사진을 찍었었는데.

조용한듯 보이지만 순간적으로 바람이 몰아치면 카메라가 흔들려 사진을 못찍을 지경이다.

 

그래도 뒤 이어 올라오신 두 분의 산객을 만나서 단체 사진을 남겼다.

 

오늘 두 사람은 깔맞춤 동지 ㅋ

 

정상을 조금 벗어나니 조금이나마 바람이 덜하여 걸을만 하다. 그런점에선 소백산 보다 한결 착한 바람. ㅎ

그렇지만 북사면을 만나면 또 온 몸으로 바람을 맞아야 한다. 몸의 추위보다는 얼굴이 얼다못해 따가울 지경이어서 별 수 없이 그저 부지런히 걸어 바람을 피해야했다.

 

주목군락지를 지난다.

상고대가 붙었던 흔적은 있지만 강풍에 다 떨어져 버렸다.

따라서 멋진 설경을 없지만,, 뭐 그리 아쉽지는 않다. 

오로지 걷는데만 집중할 수 있으니 더 좋을수도 있으니까.

 

상왕봉을 오르기 전 다행히 약간의 바람이 쉬는 곳을 찾았다.

우리의 점심식사는 우리의 산행친구인 사위가 정성껏 만들어 보온병에 넣어 온 따뜻한 오뎅탕과 내가 직접 만든 식빵 샌드위치다. 비록 추위에 몸은 얼었어도 이정도 추위쯤은 겨울 지리산에서 항상 겪어오던 것이다.

 

상왕봉은 여기에서 약 이십분 정도 걸으면 도착한다.

 

지난번에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고목을 발견했다.

몸이 저 지경인데 아직 살아있는 모양인지 보호막이를 쳐 두었다.

비록 나무지만 존경심이 든다...

 

얼굴을 철통수비하고 두겹의 패딩을 껴 입으신 산노을

그랬으니 몸은 춥지 않은데 발은 조금 시려웠다고 하네.

이런 날씨에 발이 시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것이다. 쉬는 동안은 걸을때보다 발이 더 얼어온다.

그래서 잠시라도 쉬고 나면 또 열심히 걸으며 녹여야 한다.

겨울 산에선 걷지 않으면 몸이 얼어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는 사태가 생긴다.

별로 춥지 않은 초가을 높은 산에서 저체온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걷지 못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오후 1시45분 상왕봉

상왕봉은 그 주변이 매우 좁다는 것이 특징인듯.

 

좁은 터에 돌무더기는 누가 왜 쌓아놓았을까??

 

상왕봉을 찍고 나면 이제 산행은 거의 다 마친셈이다.

하산 코스만 남았으니까.

그런데 상왕봉을 지나 상왕봉 삼거리에서 바로 하산 하려던 참에 사위가 문득 두로령을 올라보자고 제안. 거리는 0.9km

시간도 넉넉하니 그래볼까~ (항상 이런 것이 쉽지는 않았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야 하는데, 막상 붙어보니 봉우리를 넘고 더 걷는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로령 오르기 시작하자마자 불어대는 거센 바람 - 단연 오늘 맞은 바람 중에 최고봉이었다.

괜히 이 길로 들어섰나, 돌아가야 하나 하고 슬쩍 후회가 밀려오는데 이미 앞 선 사위는 고개를 넘어가고 있는거다.

산노을은 이 사태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던듯 간신히 고개를 올라오더니 바람에 밀려 날아갈뻔했다고 엄살. ㅋ

그치만 그런점을 제외하고는 등산로는 좋은 편이었다.

 

두로령엔 소백산에서 보았던 저런 거대한 표지석이 서 있다.

자랑스런 우리의 백두대간!!

오길 잘했구나~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임도길 하산이 이어진다.

북대 미륵암을 거쳐 주차장까지 하산 완료 시간은 4시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본격적으로 날씨도 그 매서움을 감추지않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람은 거세지고 기온은 급강하,  평창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밤사이 밖에 내놓은 2리터 짜리 물병이 완전히 꽁꽁 얼었다.

좀 늦긴 했지만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