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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유월의 지리산은 아직 연두빛 세상

by 혜산 2015. 6. 27.

 6월 2일 밤 열두시 남부터미널행 지리산고속을 타고 백무동으로 향한다.

인원은 단촐하게 세 명.

 

대한민국은 지금 메르스 열병을 앓고 있다.

그 때문인지 버스 승객은 똠방 우리 세 명뿐이다. 취소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

동서울에서 떠나는 같은 회사버스를 죽암휴게소에서 만나 우리를 합류시킨다. 백무동까지 들어가는 수고를 덜자는 것이지.

덕분에 버스기사님에게 커피를 대접받았다. 휴게소 직원사무실엔 자판기가 있는데 오랫만에 예전에 맛보던 맥스웰하우스커피를 맛보았다.

흠,, 옛생각이 솔솔나는군.

 

새벽 세시반쯤 백무동 도착

 

백무동 야영장에서 이른 아침으로 사골떡국을 끓여먹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에 그릇도 씻고 이도 닦고 개운하게 출발

 

4시 반경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직은 어두운 시간이라 헤드렌턴을 착용했지만 길도 좋고 금새 날이 밝아오니 봄날은 이래서 좋다.

 

 

*참샘

참으로 지독한 가뭄이,, 이 지리산 골짜기까지 침범했나보다. 겨우 졸졸거리는 물을 받느라 애를 써서 겨우 삼분의 일이나 채워가지고 산을 올라간다.

5.8km를 물 없이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어둠속을 걸어서일까,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산을 올랐다.

 

이제 장터목이 목전인 곳에서 잠시 지리산 능선줄기를 조망한다.

파란 하늘이 참으로 예쁜 날이다.. 멀리 노고단에서 반야봉까지 모두가 선명히 잘 보이니 택일을 잘했나보다. ㅎ

 

 

 

* 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지리의 능선

백무동계곡은 늘 하산길로만 이용했기에,, 거꾸로 올라보기는 처음이라 이런 광경도 왠지 늘 보던것과는 달리 색다른 느낌이다.

 

아침 여덟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장터목대피소에 도착.

지난 봄처럼 바람은 맹렬히 불고 있지만 그리 춥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취사장에 배낭을 두고 가볍게 천왕봉을 올라갔다 내려올 예정인데, 사고가 많은 수학여행을 대신했는지 장터목엔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이 가득하다.

 

장터목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취사를 마친 뒤 천왕봉을 오르기 위해 선생님으로부터 주의사항을 듣고 있는 아이들.

보성의 어느 중학교 학생들이라고 했다.

이 아이들이 먼저 출발하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도 출발.

 

아이고 데이고~~ 아무리 다녀도 장터목에서 제석봉오르는 깔딱고개는 정말로 고통스러울만큼 힘들다.

산허리를 둘러 길을 좀 달리 내주면 안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진짜로 인정사정 없는 길.

 

그래도 제석봉에 오르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ㅎ

 

 

오늘의 산행은 여유가 만만이다. 반종주인만큼 시간이 남아 도니까 무조건 천천히 놀며 놀며..

세석까지만 가서 자면 되니까 ㅎ

 

 

 

 

가다가 쉬고 있는 아이들을 또 만났다.

일사불란하게 앞서거나 뒤쳐지는 아이들 없이 함께 걷고 함께 쉬고 있으니 참 얼마나 예쁜지..

이번엔 우리가 앞서서 출발~

 

 

* 9시 25분 천왕봉에 서다

 

평일이라서 천왕봉도 여유롭다.

 

 

 

 

 

칠선계곡입구 - 언제쯤이나 가보게 될까..

 

 

천왕봉 부근의 구상나무들은 너무 빨리 죽어간다.

천구백 고지에서 맞이하는 풍상이 그리도 힘이 드는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실하던 커다란 나무들이 어느새 저렇게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가는것이 참 안타깝다.

 

 

* 지리산의 철쭉

북한산에서 흔히보던 그 철쭉이 이런 고지대에서도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로 한주일 정도 일찍 개화를 했는지 거의 지고 남은 꽃은 별로 없다.

세석평전의 그 유명하다는 철쭉을 보려고 이렇게 날을 잡았건만.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언제든 또 올 수 있을테니까.

 

 

 

구상나무의 새 잎들,, 어찌나 야들야들하고 예쁘던지. ㅎ

 

장터목 취사장에 되돌아 와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고 이제 세석으로 향한다.

 

장터목대피소 안녕을 고하고 기념촬영~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모습을 눈에 꼭꼭 넣어둔다. 다음에 또 볼때까지 안녕이야~~

 

 

 

 

* 오후 세시경 촛대봉 도착

세석대피소에 일찍 들어가봐야 할 일도 없으므로 촛대봉에서 좀 놀기로 했는데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우릴 가만 놓아두지 않는다.

 

 

세석평전의 철쭉은 이미 지고 없다.

그러나 봄의 지리산은 여름보다 확실히 날씨가 좋음을 실감한다.

 

 

이제 촛대봉에서 내려와 세석으로 슬슬 걸음을 옮긴다.

 

아직 세석은 고요하다~

 

 

* 고기가 빠진 저녁식사

 

고기를 잘 양념해서 냉동실에 얌전히 놓아두고 랄랄라~~

저녁준비를 하려고 후라이팬을 꺼낼때까지도 두고 왔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이 정신줄..

그리하여 후라이팬에서 고기와 친구하려던 버섯들은 모두 김치찌개 속으로 입수하였다.

 

어쨋든 저녁식사 마치고 남자들은 낙조를 찍겠다며 다시 촛대봉을 올랐대나 어쨌대나..

 

 

 

나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지만 추워서,, 밤 잠을 설쳤다.